①혜화역 2번출구 [탈시설장애인이 당當한 조상지][서울시의원예비후보][종로는 왜 정치1번지인가: 장애인이 몸으로 쓴 투쟁지도]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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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장애인이 당當한 조상지][서울시의원예비후보]

[종로는 왜 정치1번지인가: 장애인이 몸으로 쓴 투쟁지도] ①혜화역 2번출구


첫 번째 방문은 혜화역 2번 출구, 장애인 이동권 투쟁 동판입니다.


종로의 많은 투쟁의 자리들 가운데 왜 첫 번째가 여기냐고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애인이 이 도시에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라고.


이 작은 동판은 단지 어떤 하나의 사고를 기억하거나 반성하기 위해 놓인 표식이 아닙니다.

이곳은 장애인이 계단 앞에서 멈춰 서는 삶을 거부하고, 이동하지 못하는 삶은 시민일 수 없는 삶이라고 외치기 시작한 자리입니다.


1999년 6월 28일, 혜화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이규식 동지가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사과가 아니라 “장애인이 운전을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책임 회피였습니다.

권리도 없고, 법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없던 시절.

장애인이 다치고 죽는 일은 사회적 책임이 아닌 유감스러운 사고, 안타까운 개인의 비극 정도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규식 동지의 추락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듬해 오이도역에서 또다시 리프트 추락 참사가 벌어졌고,

그저 이동할 뿐이었던 장애인들이 죽고, 크게 다쳤습니다.


장애인들은 더 이상 평범한 일상에서도 죽음을 각오해야만 하는 삶을 끝장내겠다고,

장애인이 이동하다 죽고 다쳐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를 바꾸겠다고,

장애인의 이동을 시혜나 편의가 아니라 권리로 각인시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역 철로를 멈춰 세우고, 장애인을 남겨두고 떠나는 승강장에서 열차를 멈춰세우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불청객 취급을 받으며 외친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혜화역은 이동권 투쟁의 시작이 새겨진 자리이자,

수십 년 동안 장애인이 이동하지 못했던,

이동하지 못해 교육받지도, 노동하지도, 시설에서 탈출하지도, 자립하지도 못했던

자신과 동료들의 삶을 투쟁으로 정치를 움직여 바꾸어온 자리입니다.


그리고 그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22년, 장애인 활동가들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승강장에서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누군가는 머리카락을 밀었고, 조상지는 바닥에 몸을 붙여 앞으로 나아가는 포체투지를 했습니다.


조상지는 포체투지를 했던 그 날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휠체어에서 내려와 바닥에 엎드린 채, 쏟아져 나오는 비장애인의 발소리를 들으며,

시설로 끌려가던 길과 물을 핥아먹어야 했던 시간, 죽고 싶었던 순간들과 죽어간 장애인들의 삶을 떠올리며,

기어코 앞으로 나아갔다고.


그 때 그 시설에서도, 지금 이 지하철에서도

혼자서는 제대로 기어갈 수 없었지만,

지금은 옆에서 팔을 잡아주는 내 편들이 있었고,

왜 이 투쟁을 하는지 대신 외쳐주는 내 편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조상지는 그 몸으로 외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시민여러분, 장애인의 이동을 가로막아, 장애인을 집과 시설에 가둔 채 죽기만을 기다리게 하는 사회를 함께 바꿔냅시다.

시민여러분, 이동하다 살아남은 장애인이, 이동하다 죽은 장애인을 계속해서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동하다 살아남은 장애인으로, 이동이 너무 당연해 권리를 권리라고 느끼지 못하는 비장애인으로 우리는 이 사회를 함께 바꿔야할 책임이 있지 않습니까.

집과 시설에 갇혀 죽기만을 기다리는 마지막 한명의 장애인이 지역에서 시민으로 이동하는 그날을 향해 나아가며 그들의 편에 서야하지 않겠습니까.


이동권 동판은 그래서 과거의 유물이 아닙니다.

1999년의 추락에서 시작된 분노가, 2001년 오이도역 참사를 거쳐, 2022년 승강장의 포체투지로 이어지고, 지금도 조상지 같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삶과 투쟁 속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혜화역 2번 출구의 동판은 말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끝난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라고.


그리고 조상지는 말합니다.

투쟁의 길 위에서, 이동하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는 삶의 조건을 바꾸기 위해 함께 싸우자고.


[탈시설장애인당當 함께하기]

https://campaign.do/PFk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