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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0년, 대한민국은 유엔 앞에서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어떻게 말할 것인가. 장애인은 출마하고, 대표하고, 투표하며, 결정하는 시민이다.

2026-05-28
조회수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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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0년, 대한민국은 유엔 앞에서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어떻게 말할 것인가
장애인은 출마하고, 대표하고, 투표하며, 결정하는 시민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제사회 앞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의 힘을 말하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을 막아낸 시민의 경험은 세계 민주주의의 중요한 장면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 자부심은 소중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은 더 어려운 질문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 민주주의 안에서 장애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장애인은 투표할 권리조차 온전히 보장받고 있습니까.
장애인은 조직된 시민의 힘으로, 정치의 주체로 인정받고 있습니까.
아니면 여전히 복지공약의 대상과 선거 홍보의 배경으로만 등장하고 있습니까.

대한민국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비준국입니다. 국제무대에서 민주주의의 회복과 국민주권을 말하려 한다면,
그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이 장애인의 삶 앞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답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장애인의 권리가 예산과 행정의 벽 앞에 설 때,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는 너무 자주 뒤로 밀려났습니다.

탈시설 권리가 그랬습니다. 이동권이 그랬습니다. 노동권이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협약을 놓지 않았습니다. 국내 제도와 행정이 장애인의 삶을 시설과 예산의 언어 안에 가두려 할 때,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우리가 돌아가야 할 권리의 기준이었습니다.

이제 그 기준은 장애인의 정치참여에 대해 다시 묻고 있습니다.

유엔 장애인권리특별보고관 헤바 하그라스의 보고서 「장애인의 정치 생활에서의 평등한 참여」는 분명히 말합니다.
장애인의 정치참여는 투표소에 갈 수 있는 권리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선거에 입후보할 권리, 당선된 뒤 공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권리까지 포함합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그 꽃은 투표만으로 피지 않습니다.
누가 투표할 수 있는지, 누가 후보가 될 수 있는지, 누가 정당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지,
누가 의회에 들어가 공직을 수행할 수 있는지까지 물을 때 민주주의는 비로소 피어납니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서 장애인은 투표하는 시민으로조차 온전히 호명되지 못했습니다.
투표소와 선거 정보는 여전히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고,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의 참정권은 지금도 접근성의 문턱 앞에 서 있습니다. 동시에 장애인은 조직된 표가 아니라고 여겨졌고, 당락을 좌우하는 정치적 힘이 아니라고 계산되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은 너무 자주 공약의 뒤편으로 밀려났습니다. 선거 때마다 장애인은 복지의 대상, 약자를 섬긴다는 말의 풍경, 후보자의 선의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정치의 주체로는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장애인을 선거의 언어로 부르는 것과, 장애인을 정치의 동료로 세우는 것은 다릅니다.

장애인이 시민이 되기까지 가로막는 것은 계단과 턱만이 아닙니다. 정치의 언어에도 문턱이 있습니다.
장애인의 말은 너무 자주 길거리 투쟁의 거친 언어로 취급되거나, 비장애인 정치의 문법을 충분히 익힌 뒤에야 승인받을 수 있는 말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매끈한 언어를 가진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제도가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걸고 말하는 사람의 언어 역시 정치의 언어입니다.

조상지 후보의 출마는 이 질문 앞에 있습니다. 시설에 수용되었던 사람, 탈시설장애인,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 해고된 노동자, 중증장애여성이 직접 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개인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복지의 대상과 선거의 배경으로만 남겨두었던 한국 정치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장애인은 누군가가 대신 말해주는 존재여야 합니까.
장애인은 선거 때마다 배경으로만 등장해야 합니까.
아니면 직접 출마하고, 대표하고, 투표하며, 결정하는 시민이어야 합니까.

선거가 끝나면 한국 정부는 다시 유엔 앞에 설 것입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채택 20년을 맞아, 각국은 협약의 성과와 과제를 말하게 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무엇을 말할 것입니까.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의 나라라고 말할 것입니까.
국민주권의 회복을 말할 것입니까.
그렇다면 먼저 답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안에서 장애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말한다면, 이제 그 민주주의는 장애인의 참정권을 투표소 앞에 멈춰 세워서는 안 됩니다.
투표권은 물론, 출마권과 공직수행권까지 보장해야 합니다.
정당과 의회는 장애인을 구색맞추기의 자리에 세울 것이 아니라 동등한 정치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민주주의는 이 질문을 너무 오래 미뤄왔습니다.
장애인이 직접 출마하고, 대표하고, 투표하며, 결정하는 민주주의를 충분히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조상지 후보의 출마는 그 상상 바깥에 놓였던 민주주의를 현실의 질문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장애인이 직접 출마하고 대표하고 결정하는 민주주의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권리가 되도록 묻고, 말하고, 끝까지 나아가겠습니다.

2026년 5월 28일
서울시의원 후보 조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