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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5월 5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자란다는 것이, 세상에서 멀어지는 일이 되지 않도록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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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란다는 것이, 세상에서 멀어지는 일이 되지 않도록>


5월 5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날이면 우리는 아이들이 자라는 일을 축하합니다. 더 크게 웃고, 더 멀리 뛰고, 더 많은 곳에 가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날로 어린이날을 말합니다. 아이가 자란다는 것은 대개 기쁜 일로 여겨집니다. 부모의 품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집 앞 골목을 지나고, 학교와 놀이터와 친구의 집을 오가며, 자기만의 세계를 넓혀가는 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에게 자란다는 것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고열로 뇌병변장애인이 되었습니다. 한 번도 제 손으로 밥을 먹은 적이 없고, 제 발로 바닥을 짚고 서본 적도 없습니다. 어릴 적 제가 세상 밖으로 나가는 방법은 엄마의 등에 업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는 엄마 등에 업혀 남동생과 함께 어딘가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 몸이 자라고, 엄마가 저를 업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한 살 터울 남동생과 저를 함께 데리고 나가는 일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된 뒤로, 저는 밖에 나간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더 멀리 나간다는데, 저는 자라면서 더 집 안에 머물렀습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부모의 등에서 내려와 자기 발로 걷는다는데, 저는 엄마의 등에서 내려온 뒤 갈 수 있는 곳을 잃었습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세상과 가까워진다는데, 저는 자라면서 세상에서 멀어졌습니다.


제 어린이날은 놀이공원도, 소풍도, 공원도 아니었습니다. 두 달에 한 번, 골목 끝에 있던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날. 그날이 제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엄마가 옥상에 빨래를 널러 올라갈 때마다, 저는 옥상에 올라가고 싶었습니다.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었습니다. 골목을 보고 싶었고,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제가 살고 있는 동네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은 거창한 꿈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밖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문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마음조차 제게는 너무 큰 일이었습니다. 계단은 저를 막았고, 이동수단은 없었고, 지원은 가족의 몫이었습니다. 제가 밖에 나가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저를 업어야 했고, 누군가가 하루를 포기해야 했고, 누군가가 온몸으로 버텨야 했습니다.


그것은 한 가족의 사랑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랑이 부족해서 장애아동이 집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이 덜 노력해서 장애아동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가 장애아동이 자랄 수 있는 길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아동의 성장이 집 안에, 시설에 갇히는 것입니다.


어린이날은 아이들이 자라는 일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장애아동은 어디에서 자랍니까.

장애아동은 누구와 자랍니까.

장애아동은 어떤 길을 지나, 어떤 친구를 만나, 어떤 동네를 경험하며 자랍니까.

장애아동에게도 부모의 품과 가족의 등을 넘어, 자기 삶의 세계로 나아갈 권리가 보장되고 있습니까.


저는 어린 시절 텔레비전 속 어린이날을 보며, 밖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 아이들이 부러웠던 이유는 단지 뛰어놀 수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는 갈 곳이 있었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고, 세상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장애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닙니다.

장애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하루의 선심이 아닙니다.

장애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자랄 수 있는 사회입니다.


40년 전의 제 아픔이 지금의 장애아동에게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장애아동이 자란다는 것이 더 무거워지는 일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장애아동이 자란다는 것이 더 데리고 나가기 어려워지는 일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장애아동이 자란다는 것이 가족의 등에서 내려온 뒤 세상에서 멀어지는 일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자란다는 것은 세상과 멀어지는 일이 아니라, 세상과 만나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 사람을 업고, 안고, 참고, 견디는 방식으로는 장애아동의 삶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장애아동이 자라기 위해서는 사회가 함께 자라야 합니다. 도시는 문턱을 낮춰야 하고, 교통은 열려야 하고, 돌봄은 가족의 몫으로만 남겨져서는 안 됩니다. 장애아동이 집 안에 갇히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권리는 제도가 되어야 하고 지원은 예산이 되어야 합니다.


40년 전, 제 어린이날은 골목 끝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날이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어린이날은 모든 어린이에게 닿아야 합니다.

장애아동에게도 오늘이 진짜 어린이날이 되어야 합니다.


2026년 5월 5일

조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