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출마선언하기 좋은 날…조상지 “밀려나지 않고 밀고 들어갈 것”
조해영기자 수정 2026-04-21 06:34
장애여성 서울시의원 출마 기자회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중증장애인 조상지씨의 서울시의원 출마 기자회견이 열려 조상지씨가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시민 여러분, 뒤로 밀려나던 장애인이 이제 서울을 앞으로 밀고 가겠습니다.”
장애인의 날인 4월20일, 중증장애 여성 정치인 조상지(48)씨가 6·3 지방선거 서울시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구어로 소통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지방의회 지역구 출마는 12년 만이다.
탈시설장애인당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조상지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탈시설장애인당은 2021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만든 단체로, 선거 때마다 장애인 이동권 등 관련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다만 정식 정당은 아니라 조 예비후보의 소속 정당은 무소속으로 표기된다.
조 예비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서울의 정치는 탈시설의 권리를 지우고 장애인의 노동을 빼앗고 이동과 자립의 권리를 나중으로 미루며 장애인의 자리를 뒤로 밀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2020년 서울시에서 시작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의 노동자로 일했으나, 2024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업을 폐지하면서 ‘해고 노동자’가 됐다. 조 예비후보의 출마 계기 중 하나다.
이날 조 예비후보의 출마선언문은 그의 목소리가 아닌 기계음으로 울려 퍼졌다. 언어 소통이 어려워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장치를 사용해야 하는 중증 장애인의 지방의회 지역구 출마는 2014년 서울시의원에 출마했던 노동당 김주현 후보 이후 12년 만이다. 조 예비후보는 “우리가 이 도시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싸워온 시간들을 서울시의회 안으로 밀고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해치마당에서 중증장애인인 조상지씨의 서울시의원 출마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고열로 뇌병변장애인이 된 조 예비후보는 15살이 되던 1993년 강원도의 장애인거주시설에 처음 입소해 15년간 시설 생활을 했다. 2008년 어머니의 도움으로 시설에서 빠져나온 뒤, 노들장애인야학에 입학해 공부하고 신문사에 기고문을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공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언어 장애는 장애인 권익을 위한 활동에 제약이 되지 않았다. 조씨는 다큐멘터리 영화 ‘장애인 왜 배워야 하나’, ‘우리는 말한다’ 등을 제작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조 예비후보는 서울 종로와 혜화동, 창신동 등이 있는 종로구 제2선거구를 출마지로 정했다.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 투쟁을 벌여온 4호선 혜화역이 이 지역구에 있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수많은 정치적 결정과 행정의 흐름이 모여드는 곳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종로를 정치 1번지라고 불러왔다”며 “(하지만) 종로는 권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몸들, 차별에 맞서 싸워온 삶들, 민주주의를 온몸으로 넓혀온 투쟁들이 모여온 곳이기 때문에 정치 1번지다. 종로에는 장애인이 민주주의 안에서 살아남겠다고 투쟁한 흔적이 남아 있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조 예비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장애인의 말을 듣지 않는 정치인 손에만 장애인 권리를 맡겨놓을 수는 없다”며 “조상지 예비후보의 출마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우리를 대표하겠다던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의 특권에만 관심을 가질 때 조상지는 수많은 조상지들의 평범한 하루를 위한 싸움을 이어왔다”며 “끊임없이 경쟁에 내몰리면서 불안감에 쫓기는 모든 서울시민이 조상지 후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한겨레 - 장애인이 출마선언하기 좋은 날…조상지 “밀려나지 않고 밀고 들어갈 것”
장애인이 출마선언하기 좋은 날…조상지 “밀려나지 않고 밀고 들어갈 것”
장애여성 서울시의원 출마 기자회견
“시민 여러분, 뒤로 밀려나던 장애인이 이제 서울을 앞으로 밀고 가겠습니다.”
장애인의 날인 4월20일, 중증장애 여성 정치인 조상지(48)씨가 6·3 지방선거 서울시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구어로 소통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지방의회 지역구 출마는 12년 만이다.
탈시설장애인당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조상지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탈시설장애인당은 2021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만든 단체로, 선거 때마다 장애인 이동권 등 관련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다만 정식 정당은 아니라 조 예비후보의 소속 정당은 무소속으로 표기된다.
조 예비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서울의 정치는 탈시설의 권리를 지우고 장애인의 노동을 빼앗고 이동과 자립의 권리를 나중으로 미루며 장애인의 자리를 뒤로 밀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2020년 서울시에서 시작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의 노동자로 일했으나, 2024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업을 폐지하면서 ‘해고 노동자’가 됐다. 조 예비후보의 출마 계기 중 하나다.
이날 조 예비후보의 출마선언문은 그의 목소리가 아닌 기계음으로 울려 퍼졌다. 언어 소통이 어려워 보완대체의사소통(AAC) 장치를 사용해야 하는 중증 장애인의 지방의회 지역구 출마는 2014년 서울시의원에 출마했던 노동당 김주현 후보 이후 12년 만이다. 조 예비후보는 “우리가 이 도시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싸워온 시간들을 서울시의회 안으로 밀고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고열로 뇌병변장애인이 된 조 예비후보는 15살이 되던 1993년 강원도의 장애인거주시설에 처음 입소해 15년간 시설 생활을 했다. 2008년 어머니의 도움으로 시설에서 빠져나온 뒤, 노들장애인야학에 입학해 공부하고 신문사에 기고문을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공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언어 장애는 장애인 권익을 위한 활동에 제약이 되지 않았다. 조씨는 다큐멘터리 영화 ‘장애인 왜 배워야 하나’, ‘우리는 말한다’ 등을 제작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조 예비후보는 서울 종로와 혜화동, 창신동 등이 있는 종로구 제2선거구를 출마지로 정했다.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 투쟁을 벌여온 4호선 혜화역이 이 지역구에 있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수많은 정치적 결정과 행정의 흐름이 모여드는 곳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종로를 정치 1번지라고 불러왔다”며 “(하지만) 종로는 권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몸들, 차별에 맞서 싸워온 삶들, 민주주의를 온몸으로 넓혀온 투쟁들이 모여온 곳이기 때문에 정치 1번지다. 종로에는 장애인이 민주주의 안에서 살아남겠다고 투쟁한 흔적이 남아 있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조 예비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장애인의 말을 듣지 않는 정치인 손에만 장애인 권리를 맡겨놓을 수는 없다”며 “조상지 예비후보의 출마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우리를 대표하겠다던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의 특권에만 관심을 가질 때 조상지는 수많은 조상지들의 평범한 하루를 위한 싸움을 이어왔다”며 “끊임없이 경쟁에 내몰리면서 불안감에 쫓기는 모든 서울시민이 조상지 후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한겨레 - 장애인이 출마선언하기 좋은 날…조상지 “밀려나지 않고 밀고 들어갈 것”